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그룹 피프티 피프티 전속계약 분쟁 사태를 다룬 방송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 민원이 폭주하자 결국 제작진은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으나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폐지설’까지 대두되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 사태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K팝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을 모았던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의 학력 및 이력 위조나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독자적 활동을 위한 상표권 출원 등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방송 마지막에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그알’ 제작진에 보낸 친필 편지를 공개해 멤버들의 동정 여론을 형성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후 피프티 피프티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담았다며 편파 방송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과 다른 내용도 문제가 됐다. ‘그알’에서 공개한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가 월말 평가에 한 번도 나오지 않고서 노래가 잘 되니 돈을 벌려 한다는 의혹과 관련, 전 대표는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단 한번도 월말 평가에 빠진 적이 없다. 나 없이는 월말 평가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알’에서 제기한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다이어트 문제, 소속사 내 CCTV 설치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서도 전 대표는 “다이어트를 강요한 적 없다”며 “심지어 회사 스태프들과 함께 멤버들의 체질까지도 고려한 전문적인 식단에 맞춰서 제공했다”고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이에 ‘그알’ 측이 피프티 피프티 측의 입장만 편파적으로 다룬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방송 후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3000개가 넘는 항의성 글이 폭주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민원도 200건 가까이 접수되는 중이다. 방심위는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 사태 방송이 방심위 안건으로 잡히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규칙) 중 제9조인 ‘공정성’ 기준에 맞는지 심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SBS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그알’ 제작진은 1만개 넘는 댓글이 달린 ‘그알’ 유튜브 채널의 피프티 피프티 방송 편 예고편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음악 제작자 관련 단체들은 22일 연달아 성명문을 발표하고 ‘그알’ 피프티 피프티 편에 대한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해당 방송의 제작진은 사건의 쟁점과는 다른 피프티 피프티 측의 일방적인 주장과 감성에 의한 호소, 확인되지 않은 폭로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의 유무도 파악하지 않은 채 보도함으로써 현재 법적 분쟁 중에 있는 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역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상실하고, 현재 분쟁 중인 사건의 본질을 왜곡·편파·허위사실을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공분 여론을 조장했다”며 ‘그알’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어트랙트가 제작한 4인조 걸그룹으로 지난해 11월 데뷔했다. 이들은 데뷔 4개월 만에 ‘큐피드’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 진입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모든 활동을 중단,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법원의 마지막 조정 합의가 무산되면서 양측은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전대표도 피프티피프티의 외주 용역업체 더기버스의 백모 이사를 업무방해 및 전자기록등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백모 이사는 더기버스의 실질적 업무를 담당했던 임원으로 알려졌다.

전 대표는 22일 ‘스포츠서울’과 전화 인터뷰에서 “21일 변호사와 함께 강남경찰서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며 “피프티 피프티 사태가 K팝 업계에 나쁜 선례를 남길까 우려되지만 경찰조사가 늦어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획사에서 미래의 K팝 스타들을 키워내고 있는 후배 제작자들을 위해서라도 빠른 조사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트랙트 측은 더기버스 측의 업무방해와 관련한 추가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대표는 “추가 고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측의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있어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피프티 피프티가 전속계약 효력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할 경우 신인 그룹과 연예기획사 간의 법적 다툼이 더 빈번히 발생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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