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시에 배상금 140억원 지급 평결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과속으로 달아나던 용의자 차량과 충돌해 목숨을 잃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시 당국이 1천50만 달러(약 14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배심원단 평결이 나왔다.

23일 시카고 언론과 소송 대리를 맡은 로펌 '코보이 앤드 드미트리오' 측에 따르면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전날 "경찰의 과속 추격이 교통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피해자 유가족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피해자 투옹 램(사망 당시 61세)은 2018년 4월 13일 시카고 시내를 운전하고 가다가 경찰에 쫓기던 주세프 워포드(37)의 차에 들이받혀 사망했다.

유가족 변호인단은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 3명이 무전기로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추격을 시작했다"며 "경찰 추격과 관련한 규정들을 위반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경찰관들이 시속 90마일(약 145km)에 달하는 속도로 차를 몰아 다른 운전자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했으며 1.5마일(약 2.4km) 이상 추격하면서도 상부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워포드는 일방통행로에 역주행해 들어서 램의 차와 충돌했다.

변호인단은 램이 사고로 찌그러진 차 안에서 17분간 피를 흘리며 갇혀있다가 구조대원들에 의해 꺼내졌다고 설명했다.

램의 유족으로는 3명의 성인 자녀와 부인이 있으며 이들 모두 7일에 걸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변호인단은 밝혔다.

시 당국은 법정에서 "세 경찰관이 추격 과정에서 주위 차량들이 듣도록 경고음을 울렸으며, 추격 관련 규정이나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배심원단의 판단을 바꾸지 못했다.

평결이 나온 후 마이클 디토어 변호사는 "배심원단이 '경찰의 무모한 행위에 대해 시 당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며 만족을 표하고 "시카고 경찰이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마련한 내부 규정을 어긴 사실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워포드는 무모한 행위로 인한 살인·음주운전·도난 차량 소지·충돌사고 후 도주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음주운전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현재 시카고에서 서쪽으로 약 150km 떨어진 딕슨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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