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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빅테크 직원들이 중간관리직 회피하는 이유 [세모금]
과거 승진 및 연봉 인상 기회
개인 경력에 도움 안되고 해고 위험 높아
미국서 IT열풍이 한풀 꺾이자 중간관리직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승진의 발판이자 연봉 상승의 기회로 여겨지던 미 기술기업 중간관리직이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권한은 감소한 반면 책임은 그대로이고 심지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리해고 일순위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T열풍이 잠잠해지면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중간관리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및 IT수요 증가는 빅테크 급성장과 고용 폭발로 이어졌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침체와 이에 따른 해고 바람은 모든 것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이처럼 호황과 침체를 연이어 맞는 건 중간관리자들에겐 낯선 풍경이다.

호황기 중간관리자들은 인재 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으며, 이들에 대한 넉넉한 보상과 다양한 혜택을 고민해야 했다. 그만큼 책임져야할 부분이 늘어난 것이다.

자신이 맡은 팀의 업무 환경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체크하는 건 이전 세대 중간관리자들에겐 그다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중간관리자는 기업 고위층과 평사원 사이 사다리 역할을 하면서, 고위직으로 가는 필수 과정으로 여겨졌다. 또 중간관리직이 돼 능력을 발휘할 경우 좋은 조건으로 이직의 기회를 얻기도 용이했다.

하지만 재택근무 확산과 조직보다는 개개인의 업무 기여도가 중시되면서 중간관리직 인기는 시들해졌다. 또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등 업무능력과는 상관이 없는 이른바 ‘소프트스킬’에 신경을 써야하고 개인 시간도 없이 회의에 불려다녀야 한다는 것도 중간관리직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는 근무 시간의 30% 가량을 관리업무에 할애하고 있다.

급기야 중간관리직에 오른 뒤 다시 평사원으로 내려가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과거였다면 연봉이 깎이는 것은 물론 경력이 후퇴한 것으로 여겨졌겠지만 이제는 현명한 선택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 구글에서 수석 전자상거래 컨설턴트로 일했다는 벤 크루거는 구글에서 중간관리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최근 티켓 재판매 전문업체인 ‘이벤트 티켓 센터’로 옮겼다. 직원이 28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다. 구글에서 해고 바람이 불 때 자신보다 직위가 세 개나 높았던 사람들이 짐을 싸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권한이 작았는지 알게 됐다는 그는 중간관리자를 거치지 않으면 임원 같은 고위직이 될 수 없단 사실에 과감히 짐을 쌌다.

실제 메타(페이스북)는 지난 3월 대량 해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효율성’을 이유로 중간관리자들을 해고하거나 관리감독 책임이 없는 일반 직원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현 엑스) 인수 후 “코딩 한 사람당 10명의 관리직이 일하는 것 같다”며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간관리직을 집중적으로 잘랐다.

하지만 이처럼 중간관리직이 해고 대상이 되면서 남겨진 사람들의 업무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다시 중간관리직을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기업용 메신저 플랫폼 슬랙의 지난 7월 조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의 41%가 ‘번아웃’(과도한 업무로 심신이 지친 상태)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글 출신으로 현재 빅테크 직원들의 상담 업무를 하고 있는 니키 패터슨은 WSJ에 자신이 만난 중간관리자들이 “전반적으로 매우 지쳐 있으며, 자신의 직위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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