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물살에 떠내려가…바닷가 가보면 온통 시신"

사망자 2만명 넘을수도…실종자 가족들 애끓는 기다림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열대성 폭풍으로 인한 홍수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본 리비아 동북부 데르나의 참혹했던 순간을 전하는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겨우 목숨을 구하긴 했지만 가족과 이웃들을 잃은 주민들은 거센 물살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슬픔을 토했다.

데르나 주민 루바 하템 야신(여·24)은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홍수 당시 가족 7명, 임신 중인 언니와 함께 사다리로 지붕 위에 올라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은 창고에 피해 있는 몇시간 동안 그는 거센 물살이 도시를 삼켜버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진 뒤에는 다른 생존자들의 도움을 받아 내려올 수 있었다.

집은 반 이상 물에 잠겨있었고 쓸려온 잔해로 엉망이었다. 모든 걸 남겨두고 물을 헤쳐 나왔다.

현재 데르나에서 200㎞가량 떨어진 도시 마르지의 친구 집에 머물고 있는 야신은 "살려달라"는 이웃들의 외침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맨발로 걸어 나왔다. 주변에 친구와 이웃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데르나에서 구호 활동에 참여 중인 이슬람 아주즈 역시 친척 수십명을 잃었다. 홍수 당시에는 다행히 데르나에 없었고, 돌아왔을 때 본 데르나는 더는 자신이 자란 도시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흙탕물과 진흙이 삼켜버린 도시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실종자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리비아 당국은 현재 6천여명까지 치솟은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추산한다.

아주즈는 바닷가에 가보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이날만 시체 40구가 해안에 떠내려왔다고 전했다.

구호 활동 네트워크를 이끄는 파리스 알-타예는 "우리가 본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바다에는 시신들이 있고 가족 전체가 떠밀려와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이 겹쳐 쌓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홍수로 도시가 반으로 갈라지는 바람에,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가려면 100㎞를 돌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 데르나 홍수 당시 흙탕물이 쏟아지자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급류에 휩쓸린 자동차들은 도로에 방치돼 있거나 물속에 처박혀 있다.

병원 밖에는 인도를 걷는 주민 옆으로 시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시체를 덮은 담요를 들춰보며 가족을 찾는 이들도 보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리비아의 블로거 손도스 슈와이브는 자신 역시 당시 집에 있다가 물살에 떠밀려갔다고 적었다. 그는 "내 옆에도 위에도 밑에도 시신이 있었다"고 썼다.

얕은 물가까지 떠밀려온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살아남았다. 슈와이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해 가끔 신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가족이 실종됐다는 게 떠오를 때면…그들과 함께 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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