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조종사 착지한 뒤 주민에 "비행기 어디 있는지 몰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에서 최근 추락한 스텔스 전투기 F-35가 조종사 없이 100㎞가량 비행한 것은 조종사 보호 기능 때문이라고 미국 해병대가 21일 밝혔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이날 사고기가 비상 상황에서 조종사를 보조하는 비행 통제 소프트웨어 덕분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시골에 추락하기 전까지 60마일(약 100㎞)을 홀로 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중력가속도에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는 등 상황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탑재한 일종의 자동조종 기능 때문에 조종사가 비상탈출한 뒤에도 곧장 추락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해병대는 "전투기가 안정적으로 수평비행을 하고 있다면 계속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고 "전투기가 상승하거나 하강하도록 설정됐다면 다른 명령이 나올 때까지 상승 혹은 하강 상태에서 1G(중력가속도 1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조종을 할수 없게 되거나 상황 인식을 하지 못하는 조종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또, F-35 전투기의 위치 파악에 애를 먹은 원인으로는 비밀 통신 삭제 기능을 지목했다.

해병대는 "항공기는 보통 레이더나 트랜스폰더(전파송수신기) 코드를 통해 추적된다"며 "(F-35에서) 조종사가 탈출하자마자 이 전투기는 모든 비밀 통신을 삭제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전투기가 피아 식별 신호는 계속 내보냈을 것이지만 항공관제 시스템에 탐지되지 않았고 뇌우와 낮게 깔린 구름 등 악천후도 수색을 어렵게 했다면서 "F-35의 스텔스 기능 때문에 전투기 추적이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져야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선 미 해병대 소속 F-35 전투기 조종사가 긴급 탈출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해당 전투기는 대대적인 수색 끝에 이튿날 추락한 채 발견됐다.

다만, 미 해병대는 비록 F-35를 잃어버렸다는 논란이 불거지긴 했으나 문제의 조종 보조 기능 덕분에 조종사 뿐 아니라 지상에 있던 시민들의 생명도 지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인구 밀집 지역에 추락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야지에 떨어질 수 있었던 건 이런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한편, AP 통신은 F-35에서 탈출해 낙하산을 타고 착지한 조종사가 본인이 탔던 비행기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당황하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의 911 신고 녹음을 토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 조종사를 발견한 주민은 911에 "우리 집에 조종사가 한명 있는데 뒷마당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구급차가 집으로 올 수 있는지 물었다.

나이를 47세라고 밝힌 조종사는 자신이 2천 피트(약 600m) 상공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면서 등만 아플 뿐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군 항공기 조종사인데 탈출했다. 비행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어딘가에 추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병에 따르면 이 조종사는 비행 경력 수십 년의 베테랑이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