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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인재 데려 오려고” …이민법까지 손보는 나라들[세계는 고급이민 전쟁중]
각국, 숙련 노동자 중심 비자 장벽 낮춰
순혈주의 타파로 산업 경쟁력 확보
中 반도체 인력 흡수에 이민개혁으로 대응
세계 각국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민 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의 반도체 생산 라인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캐나다는 엔지니어의 41%, 창업가의 33%, 물리학자의 36%를 이민자가 차지하고 있다. 고학력 고숙련 인재 확보 차원에서 이민자를 위한 제도를 오래전부터 손 본 결과다. 기술 인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법까지 뜯어 고쳐 국경 빗장을 푸는 파격적인 조치가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캐나다는 일찍부터 고숙련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이민제도를 개편한 국가 중 하나다. 2023~2025년 신규 이민으로만 160만명의 인력을 유치한다는 게 캐나다 정부의 계획이다.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경력을 갖춘 이민자를 우선 선발하는 ‘신속입국제도(Express Entry)’는 캐나다 이민제도의 핵심으로 꼽힌다. 주 정부가 지역 노동력 수요에 따라 직접 이민 지원자를 지명해 입국시키는 ‘주정부 지명제(Provincial Nominee Program)’를 운영해 산업 현장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캐나다는 다양한 이민 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분기에만 14만5000여명의 영구 이민을 받아들였다.

일본 역시 이민을 통해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을 메우고 첨단산업과 서비스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데 전략을 집중하는 나라다.

일본은 지난 2019년 법무성 산하에 이민청 성격인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해 이민자 유치를 경제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외국인 체류 기간 갱신 ▷영주 심사 ▷밀입국자 및 불법체류자 단속 등 일본 내 이민자 관련 전반적인 관리를 맡는다.

출입국재류관리청 설립으로 이민을 통한 노동 인구 유치 발판을 닦은 일본 정부는 특정기능비자 확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핵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재 확보와 고령화에 따라 부족한 저숙련 인력 충원에 나섰다.

일본은 2019년 특정기능비자 1호를 도입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체류 중 이직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한 요양병원 등 보다 다양한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최대 5년간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도입 첫 해 1621명이던 특정기능비자 1호 자격자는 지난해 13만915명으로 급증하면서 일본 각지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특별기능비자 2호는 건설업과 조선업에 종사하는 인재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최장 5년의 체류 기간을 부여하고 가족을 동반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5년 이후에도 취업 비자를 무기한 갱신할 수 있게하고 영주권 신청 요건을 완화했다. 체류 기한이 무기한으로 늘어나는 만큼 사실상 영주권과 유사한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고도 전문직 비자’다. 이 비자는 연구직·기술직·경영직에 종사하는 고학력 고숙련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정보기술(IT) 종사자나 글로벌 상위권 대학 출신, 석·박사 학위자에게 가산점을 주면서 비자 취득을 독려하고 있다. 120점 만점에 70점을 넘어야 통과하고, 80점을 넘으면 1년만 거주해도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해까지 3만8000여명이 이 비자를 통해 일본에서 취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4월에는 이를 확대한 ‘특별고도인재’비자도 도입했다. 일본 체류 이민자 중 연소득 2000만~4000만엔 이상, 전문직 근무 경력 5~10년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 점수제조차 적용받지 않는다. 국제공항에서는 외교관 대우에 준하는 입·출국 수속 ‘패스트트랙’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 톱 100 대학에서 졸업한 학생의 경우 일본에서 최대 2년 동안 자유롭게 거주하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구직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지난 2월 관련 법도 개정했다.

캐나다 토론토 공항 직원이 입국자를 환영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로이터]

특히 반도체 분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쟁탈전은 점입가경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의 경우 각국의 반도체 인력풀을 빨아들여 기술 격차를 극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중국에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방 각국은 외국인 엔지니어에 유리한 이민제도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중단된 ‘천인계획(TTP)’을 잇는 새로운 기술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치밍(Qiming)’을 비밀리에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프로그램은 해외 기술 인재들에게 주택 구입 보조금과 함께 300만~500만위안(5억5000만~9억원)의 일반적인 계약 보너스 등 특전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된 인력 대부분은 미국 명문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적어도 하나 이상의 박사 학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의회의 경우, 지난 6월 ‘이주노동자 유치법’을 통과시켰다. 비 유럽연합(EU) 국가 국민은 그동안 독일 고용주가 채용한다는 입증을 해야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 법에 따라 최대 1년 간 독일에 살면서 구직을 할 수 있게 됐다.

독일 정부가 이민 제도를 손보면서 이주 노동자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인력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 간 산업현장에서 부족한 노동자가 6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 엔지니어의 28%, 반도체 부문의 엔지니어링 감독자 33%가 향후 10~12년 내에 은퇴할 전망이다.

지오반니 페리 글로벌이주센터 소장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도로 숙련된 이민자가 유입될 경우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민 증가는 고령화되고 있는 선진국 경제에서 인구 안정과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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