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때는 한 달 뒤 기소…원칙론 내세워 재청구 가능성도

혐의별 소명 정도 판단 달라 '분리 기소'도 거론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검찰이 사건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부터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하면 어느 것 하나 간단한 선택지가 아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추석 연휴 내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유와 기존 수사 기록을 검토했다.

검찰의 선택지로는 우선 혐의를 보강해 불구속기소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검찰은 비록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혐의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도 검찰은 대장동·성남FC 의혹 사건으로 2월 청구한 첫 구속영장이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동 기각되자 3월22일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런 전례를 고려하면 당시처럼 약 한 달간의 보강수사를 거쳐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달 11일 시작되는 법무·검찰 국정감사가 변수라는 전망도 있지만,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정치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수사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이 이 대표의 혐의별로 소명 정도에 대해 상이한 판단을 내놓은 것은 검찰을 고심하게 만드는 지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법원은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오락가락하는 이화영(구속기소) 전 평화부지사의 입장과 관련해 '검찰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해줬지만, 지난해 1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검찰 신문 조서를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

검찰 입장에서는 대북송금 사건을 서둘러 기소하기보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 상황을 지켜보며 보강수사 방향을 정하는 것이 나은 전략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혐의 소명의 정도가 높다고 평가된 위증교사·백현동 의혹 등을 먼저 재판에 넘기는 '분리 기소' 방안이 거론된다.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만큼 공소 제기 및 유지에는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백현동 사건에는 법원이 직접 증거가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판단을 했지만, 검찰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직접 증거를 갖췄다고 보기 때문에 기소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일부 사건을 먼저 기소할 경우 대북송금 사건은 기존에 수사하던 수원지검으로 돌려보낼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에는 제1야당 대표라는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형사절차의 형평성과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염려 등 원칙론을 내세워 구속 여부 판단을 다시 받아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사건의 증거관계를 다지고 쌍방울그룹의 불법 후원금 의혹 등 혐의를 일부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중앙지검이 넘겨받아 함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도 있다.

이 의혹은 성남시가 정자동 시유지에 관광호텔을 짓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으로, 닮은꼴인 대장동·백현동 의혹보다 혐의 입증이 수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기우제식 표적 수사'라는 야권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또 기각될 경우 받게 될 역풍의 강도도 커진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다음 향후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