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하원의장에 '매카시 최측근' 패트릭 맥헨리…권한은 제한적

스컬리스 원내대표·에머 원내총무·트럼프 측근 법사위원장 등 거론

바이든 "조속 선출되길"…'반란 주도' 강경파 공화의원 "내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권력순위 3위인 연방 하원의장 케빈 매카시 의장이 3일(현지시간) 해임된 직후 패트릭 맥헨리(47·공화·노스캐롤라이나) 금융위원장이 임시 하원의장이 됐다.

매카시 의장의 후임으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 톰 에머 원내총무 등의 공화당 지도부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는 있으나 유력 후보부터 선출시기까지 불분명한 상황이라 공백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 임시 의장에 '매카시 최측근' 맥헨리…권한은 제한적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DPA통신 등에 따르면 차기 하원의장 선출까지 임시 하원의장을 맡을 맥헨리는 2004년 29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돼 처음 하원에 입성한 중진이다.

존 베이너 전 하원 의장으로부터 "언젠가는 하원의장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들은 유망한 젊은 정치인이었지만, 지난 18년간 주목받는 자리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일하며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평판을 쌓았다고 한다.

그는 매카시 전 의장의 최측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원 규정에 따르면 의장은 유사시 빈 자리를 메울 사람들의 명단을 비공개로 제출하도록 돼 있으며, 매카시 전 의장이 지난 1월 취임하면서 제출한 명단 최상단에 맥헨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매카시 해임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미 NBC 방송은 설명했다.

이번 해임 표결안 전날에도 "그 누구보다도 매카시가 의장일 때 하원이 훨씬 잘 가동될 것"이라고 매카시를 옹호했다.

올해 5월 매카시 전 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안을 놓고 담판 지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했을 때도 맥헨리는 핵심 조력자로서 매카시가 의장으로서 '성공의 기록'을 만들어냈다고 연설했다.

맥헨리는 임시 하원의장을 넘어 매카시의 뒤를 이어 차기 하원의장 물망에도 오르고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그가 임시로 맡은 의장직이 영구적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지난해 의장직에 출마하지 않고 금융위를 이끄는 쪽을 택했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임시 의장으로서 맥헨리의 역할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켈리 암스트롱(공화·노스다코타) 하원의원은 기자들에게 맥헨리의 주 임무는 ""우리에게 새 의장을 구해주는 것"이라며 이를 넘어선다면 맥헨리를 축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하원 공화당 '넘버 2·3' 물망…트럼프 이름도 거론

주요 외신과 미 언론은 매카시 전 의장의 후임으로 분명하게 떠오른 인물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차기 의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후보 명단에서 가장 상단에 올라 있는 인물은 스티브 스컬리스(57·루이지애나)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다.

로이터 통신은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하원내 공화당 서열 2위이며 매카시 의장의 임기가 끝나고 하원 공화당을 이끌 인물로 오랫동안 선호돼 왔다"고 설명했다.

CNN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차기 의장직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연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매카시 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차기 의장에 스컬리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톰 에머(62·미네소타) 원내총무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빼앗아온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그는 기자들에게 "스컬리스는 오랜 친구이고 훌륭한 의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밖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당내 보수진영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중진 짐 조던(59·오하이오) 법사위원장, 하원 공화당 내 여성 의원 중 최고위직을 맡고 있는 엘리스 스테파니크(39·뉴욕) 등도 거론된다.

공화당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케빈 헌(51·오클라호마) 의원, 유망주로 꼽히는 바이런 도널즈(44·플로리다) 하원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능성'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통적으로 하원의장은 하원 의원들 사이에서 선출되곤 했지만, 선출된 의원만 의장이 돼야 한다고 미 헌법에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동안 그의 의장직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장직에 관심없다고 말한 바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 차기의장 선출 언제쯤…'당내 반란' 의원들 "다음주 가능성"

하원은 차기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의장 선출이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부터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미 역사상 하원의장 해임은 전례 없는 일로, 통상 하원의장 선출은 2년마다 새로 구성된 하원이 회기를 시작하면서 이뤄졌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해임안을 내는 당내 '반란'이 일어난 만큼 선출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카시 전 의장이 올해 1월 선출됐을 때부터도 닷새에 걸쳐 15차례 투표가 진행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분열된 모습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차기 의장 선출 때도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원에 임시 의장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다만 조속한 차기 의장 선출에 대한 압박은 하원 안팎에서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하원의장이 신속히 선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나라에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미룰 수 없기에 대통령은 하원이 신속하게 의장을 선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란'을 주도한 게이츠 의원과 밥 굿(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오는 10일 밤에 하원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수요일(11일) 의장 선출 투표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