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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다 군대가는데, e-게이머는 다 면제"…'불공정 병특' 논란 재점화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줄줄이 군 입대 면제를 받게 되면서, 예술·체육인 병역특례제도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한국 문화와 K팝을 알리는데 전무후무한 기여를 한 BTS도 전원 입대하는 것과 비교하면 형평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제도를 설계해도 불공정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특례'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특례를 받는 대표적인 이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 6명이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들은 현역병으로 복무하는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며, 기초군사훈련 3주와 봉사활동 544시간을 채우는 것으로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다.

선수단에 소속돼 있는 정지훈은 기자회견에서 "저희가 병역 혜택이 있는데,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합니다.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가서 잘 생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병역법은 체육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경기 1위 등을 한 선수들이 체육요원에 편입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예술의 경우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등 성적을 거둔 특기자들이 예술요원에 편입된다고 정하고 있다.

e스포츠 선수단이 특히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e스포츠가 전통적인 스포츠 영역에 속해 있지 않던 종목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게임은 체육보다는 대중예술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이 유력한 브레이킹(비보잉)도 대중예술과 체육의 경계에 있어 논란이다.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예술인 BTS 멤버들은 전혀 받지 못하는 특혜를, 단지 스포츠 종목에 편입됐다는 이유로 받게 되는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는 외신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BTS는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K-팝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일조했지만,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페이커(이상혁)와 같은 대한민국의 e스포츠스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자동으로 군 복무가 면제된다"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병역특례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역특례 조항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국위선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시는 국가인지도가 낮아 해외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던만큼 필요한 조항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될만큼 국가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경기로 나타나는 국위선양의 효과가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만으로 나름의 사회 기여를 하고 있는데, 예술·체육인에게만 특별히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작가 허지웅이 자신의 '최소한의 이웃'이란 책에서 언급한 말도 온라인 상에 퍼지며 재차 회자되고 있다. 허지웅은 "병역은 대한미국 군대에서 대단한 걸 배워오기 때문에 중요한 게 아니다. 헌법 앞에 모든 이는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원칙 때문에 중요하다"라며 "정직하지 않은 면제와 회피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때 비로소 공정함에 관한 감각도 회복될 것"이라고 썼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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