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안치 후 해부학실로…유족 "귀국 후 건강악화 전 본인이 이미 결심"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39년간 소록도의 한센인들을 돌보며 헌신하는 삶을 살다가 고국에서 지난달 29일 선종한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시신이 일찍이 정해둔 본인의 뜻에 따라 오스트리아 의대에 기증된다.

6일(현지시간) 마가렛 간호사의 유족과 지인에 따르면 마가렛 간호사의 시신은 티롤주 주립병원이기도 한 인스부르크 의대 병원에 안치돼 있다.

고인의 주검은 장례 후 이 대학 의학부 해부학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유족 대표이자 마가렛 간호사의 동생인 노베르트 피사렉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고인이 세상을 떠나면 시신을 의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스스로 오래전부터 내비쳤다"며 "소록도에서 오스트리아로 돌아왔을 때쯤부터다"라고 전했다.

마가렛 간호사가 오스트리아로 귀국한 건 2005년 11월이다. 몸이 늙어 환자들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섬사람들에게 부담 주기 싫다"며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조용히 소록도를 떠났던 때다.

의사로 활동하다 은퇴한 노베르트 피사렉씨는 "최근처럼 건강이 악화하기 전에 이미 본인이 뜻을 세워 두신 것"이라며 "마가렛은 삶을 마감한 후에도 자신의 몸이 좋은 일에 쓰이는 것을 바랐다"고 설명했다.

노베르트 피사렉씨의 한 지인은 "피사렉 집안 분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던 이들도 할머니(마가렛)께서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하셨는지는 몰랐다"면서 "시신을 어디에 모시게 될지를 묻다가 동생분(노베르트)으로부터 듣고, 그때야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태생인 마가렛 간호사는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66년부터 전남 소록도에 격리 수용된 한센인을 돌보며 39년간 봉사했다.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던 한센인들의 짓무른 손발을 맨손으로 소독하고 매일 같이 정성을 다해 돌본 마가렛과 동료 마리안느 스퇴거(89) 간호사의 삶은 두고두고 깊은 감동을 전해줬다.

70세를 넘긴 마가렛은 마리안느와 함께 2005년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경증 치매를 앓으며 요양원에서 생활한 마가렛 간호사는 최근 대퇴골 골절로 수술을 받던 중 지난달 29일 88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시신을 기증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의 뜻을 접지 않은 마가렛 간호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장례미사는 오스트리아 시각으로 7일 오후 3시30분 티롤주 인스브루크의 한 성당에서 열린다.

우리 정부는 마가렛과 마리안느 등 두 간호사에게 국민포장(1972), 대통령 표창(1983), 국민훈장 모란장(1996) 등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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