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호변 대형 유리건물…철새 충돌 방지 위해 대책 마련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최대 규모 컨벤션센터인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가 하룻밤 철새 1천 마리 떼죽음 사고를 겪은 지 한 달 만에 보호 대책을 내놓았다.

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맥코믹플레이스를 소유한 기관 MPEA(Metropolitan Pier and Exposition Authority)는 전날 월례 이사회를 통해 사고가 발생한 전면 유리 건물 '레이크사이드 센터'(Lakeside Center)의 창에 매일 밤 빛이 차단되도록 커튼과 블라인드를 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에 불이 켜져 있더라도 밖으로 불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레이크사이드 센터'는 맥코믹플레이스를 구성하는 4개 동 가운데 가장 동쪽, 미시간호변에 놓인 연면적 5만4천㎡ 규모의 4층짜리 건물이다. 이 빌딩의 외벽 인근에서는 지난달 5일 새벽 1천 마리에 달하는 명금류(songbirds) 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전문가들은 겨울을 앞두고 남쪽으로 이동하던 철새들이 미시간호변을 따라 낮은 고도로 날다가 레이크사이드 센터의 밝은 조명에 현혹돼 잇따라 유리창을 들이받고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매일 밤 레이크사이드 센터의 조명을 꺼야 한다'는 청원이 제기돼 전국에서 1만여 명이 서명했다"며 MPEA 이사회는 전날 이 청원서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시카고 시의회에는 "철새 이동기에 시카고 도심 빌딩의 등을 모두 끄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접수됐으며 이 청원서에는 4만7천여 명이 서명했다.

MPEA는 맥코믹플레이스에서 밤늦게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날이 많아 일괄적 소등이 어렵다며 "매일 밤 유리창에 빛이 차단되는 커튼 또는 블라인드를 치고 건물에 사람이 없을 때는 불을 끄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커튼과 블라인드도 원격 제어되는 전자동으로 교체해 열고 닫기가 용이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장기적으로 레이크사이드 센터를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성 있는 빌딩으로 리노베이션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카고 조류 충돌사고 관찰자 모임'(CBCM) 대표는 MPEA의 결정을 반기면서 "책임자들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들은 밤에 불이 켜져 있는 빌딩 유리창에 이끌린다"면서 "철새 이동철에 도심의 빌딩 특히 호숫가에 있는 빌딩의 유리벽을 들이받고 죽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 조류관찰자 학회는 1999년부터 철새 이동기에 빌딩의 조명을 끄거나 어둡게 하자는 '라이츠 아웃'(Lights Out) 운동을 전개, 시카고 포함 50개 도시가 동참하고 있다.

다만 시카고시의 경우 건물 안에 사람이 없는 경우에만 소등하면 된다.

선타임스는 "새들은 창문을 식별하고 피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환경운동가들은 맥코믹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 센터의 유리벽에 너무 많은 새들이 부딪혀 죽는다며 우려해왔다"면서 "레이크사이드 센터의 조명을 껐을 때 조류 충돌 사고는 8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