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주식 투자자 '고통'…예금·채권 보유자 수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 미국에서 달러화 현금 가치가 올라가는 데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투자·저축 등 현금에 대한 수급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지난 30여년간 떨어졌던 현금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물가를 변동시키지 않으면서 투자(수요)·저축(공급)간 균형을 이루는 돈의 가격을 의미하는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을 근거로 이같이 평가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안한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10년물 미 국채의 자연이자율은 1980년 5%대에서 지난 10년 사이 2% 미만으로 내려갔다.

블룸버그가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중요한 12개국에 대해 50여년간 살펴본 결과 자연이자율 하락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성장 저하였다. 성장세가 강하면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1980년대 이후 노후를 대비한 베이비붐 세대의 저축 증가, 경제 성장기 중국의 미 국채 매수 등으로 돈의 공급이 늘어난 것도 자연이자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돈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 가계는 더 많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받았고, 연방정부 적자도 2000년께 국내총생산(GDP)의 33%에서 현재는 100% 가까이로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추세는 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저축액이 줄고 있고, 미중 갈등 속에 중국 정부는 미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자연이자율이 2010년대 중반 1.7%로 바닥을 형성했고 2050년까지 2.7%로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명목 기준으로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5∼5.0%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 지출 증가, 인공지능(AI) 발달 등에 따른 성장률 상승 등에 따라 이보다 더 높아질 위험도 있으며 이 경우 자연이자율은 4%, 10년물 미 국채 명목금리는 6%가량이 될 수 있다는 추산이다.

블룸버그는 자연이자율 상승이 미국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1980년대 이후 미 주택가격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 배경에는 금리 인하가 있었던 만큼, 금리 상승 시 이러한 방식이 더는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 재무부가 미 국채 보유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도 늘어나며, 미국 경제 규모 대비 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더라도 국채 금리 상승으로 2030년까지 연간 GDP의 2%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

이 상황을 지난해에 대입해보면 미 재무부의 국채 이자 부담이 5천500억 달러(약 714조원) 늘어나며, 이는 현재까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총액의 10배를 넘는다.

반면 예금이나 채권 보유자는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며, 자연이자율 상승으로 중앙은행이 침체 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도 늘어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