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협력기구, 12일 사우디 모여 대책 논의…이란 대통령도 참석

사우디, 아랍·아프리카 정상회의는 가자사태 이유로 잠정 연기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아랍 국가들이 급변하는 중동 정세로 집안 걱정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에 연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휴전하도록 압박해달라고 요청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는 최근 중동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포함해 미 당국자들에게 이스라엘이 군사 행동을 중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섬멸하겠다며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강행해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와중에 아랍 거리에서도 연일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쏟아져나와 혼란이 이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아랍에서는 특히 친이란 무장 세력이 이번 전쟁에 개입해 자칫 주변국으로도 확전의 불씨가 번질 수 있다는 공포도 퍼지고 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지난 4일 블링컨 장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든 지역이 증오의 바다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이는 미래 세대를 규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한 중동 전문 연구원은 일부 아랍 지도자들이 점점 자국의 안보를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아랍에서 길게 이어지는 분노는 극단주의 단체에 동력이 된다. 아랍은 이미 정교한 평균대 위를 걷고 있다"면서 "이는 아랍 국가들이 휴전을 촉구하기 위해 손에 쥔 지렛대를 사용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랍 국가들은 오는 12일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모여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가자지구 휴전을 주요 의제로 올린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가 개최하는 이번 회의에는 특히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라이시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는 것은 지난 3월 이란과 사우디가 중국 주재로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처음이라고 AFP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라이시 대통령의 방문은 그간 이질적 목소리를 내온 이슬람 세계가 이번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과 연대해 뭉치게 됐다는 또다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던 아랍과 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연기됐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외무부는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5회 아랍-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가자지구 상황에 따라 잠정 연기한다고 7일 밝혔다.

사우디 외무부는 다만 "아랍과 아프리카 협력 관계에 정치적 사건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향후 일정을 잡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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