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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VB 악몽 안 끝났나?…무디스, 美대형은행 미실현손실 6500억달러 추정
지난 3월 유동성 위기를 겪다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모습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 3월 미국 은행위기를 촉발한 장기 국채 미실현손실 위험이 여전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 대형은행의 미실현손실이 지난 9월 말 기준 총 6500억달러(약 8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3개월 사이 15% 증가한 것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1300억달러로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다른 대형은행도 수백억대의 미실현손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보유한 미 국채 등에서 18억달러의 미실현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 인해 전체 예금의 4분의 1이 단 하루만에 사라지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를 맞아 결국 문을 닫았다. 금리 상승을 예상하지 못하고 넘치는 유동성을 대거 미 국채 장기물에 투자했다 화를 자초한 것이다.

자산규모 기준 16위였던 SVB가 무너지자 SVB 못지 않게 포트폴리오에서 미 국채 장기물 비중이 큰 지역·중소형 은행으로 우려가 확대됐으며 이 과정에서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로 인해 자칫 미국 전역이 은행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제기됐지만 다행히 미 금융당국과 대형은행들의 발빠른 대처로 위기 확산은 막았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SVB사태 이후 두 차례 추가 금리를 올린데다, 고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굳어지면서 미실현손실의 어두운 그림자는 다시 짙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엔 부정적이었지만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 채권에 투자자한 은행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투자업체 베어트랩스 리포트 설립자 래리 맥도널드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준의 고금리 유지 가능성에 대해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6%대 금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실현손실에 대한 금융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악화함으로써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주가는 연초 이후 14% 하락하는 등 대형 4개 은행 가운데 3곳의 주가가 올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미실현손실은 어디까지나 장부상 손실로,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문제가 없단 점에서 당장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은 대형은행이 곤란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

SVB사태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 예금 계좌는 3분기에만 20만개 가량이 추가되는 등 오히려 대형은행으로의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알래스테어 보스윅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발표 자리에서 “보유한 채권 대부분은 만기까지 보유할 저위험 국채”라며 “시간이 지나도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5%대에 달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향후 부채 발행이 이전 예상보다 다소 축소될 것이라는 재무부 발표와 연준의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 등으로 최근 4.6%대로 낮아지며 안정을 찾고 있는 것도 미실현손실 우려를 잠재우는 요인이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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