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한인 식당서 총기 강도 범죄…범인, 아직 안잡혀

대사관 "야간 외출 자제하고 강도·괴한에 무모하게 저항하면 안돼"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의 관광 명소인 앙헬레스에서 50대 한인이 2인조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13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2시께 앙헬레스 시내에서 2인조 강도가 흉기로 56세 한인 남성 A씨 복부를 찌르고 지갑을 훔쳐 달아났다.

현지 경찰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파견한 코리안데스크와 공조해 수사에 나섰지만, 범인들을 잡지 못했다.

A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가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수술이 잘돼 피해자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범인 검거를 위해 현지 경찰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앙헬레스 한인 식당에서 총기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범인은 식당 종업원과 고객들을 총기로 위협한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났으며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중부 루손 한인회에 따르면 앙헬레스에는 한인 1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현지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긴급 안전 공지를 했다.

대사관은 우선 야간에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인적이 드문 곳을 피하고 대로변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총을 든 강도나 괴한에게는 무모하게 저항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보행 중 날치기에게 가방을 빼앗기지 않으려다가 피격당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집이나 사무실에 거액의 현금을 보관하는 것을 자제하고 은행이나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경우에는 여러 사람과 동행하고 주변을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금전 문제로 심한 다툼을 벌이거나 원한을 사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덧붙였다.

유흥업이 발달한 관광지인 앙헬레스는 7년 전 고(故) 지익주씨가 현지 경찰에 살해되기 전에 납치된 곳이다.

지난 2016년 10월 18일 오후 경찰청 마약단속국(PNP AIDG) 소속 경찰관인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NBI) 정보원인 제리 옴랑은 앙헬레스 소재 자택에서 지씨를 납치했다.

이어 지씨를 차량에 강제로 태운 뒤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데리고 가서 교살했다.

다음 날 오전에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인근 칼로오칸시의 화장장에서 위조 사망증명서를 제출해 지씨의 시신을 소각한 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유해를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

이들은 올해 6월 6일 열린 1심 판결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하지만 검찰이 주모자로 지목한 마약단속국 팀장 라파엘 둠라오는 무죄가 선고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한인 대상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이후로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살해 사건은 총 57건에 사망자는 63명에 달한다.

그러나 정식 재판을 통해 실형이 선고된 것은 지씨 피살 사건이 처음이다.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