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다.”

경찰이 가수 지드래곤(35·권지용)의 마약 사건 수사와 관련, ‘무리한 수사’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 없이 제3자의 진술만으로 지드래곤을 형사 입건한 사실을 경찰도 인정한 터라 이 사건을 둘러싼 지드래곤과 경찰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경찰이 이번 수사를 착수한 배경에는 배우 이선균에게 마약 투약 장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강남 유흥업소의 실장 A씨(29·여)의 진술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약 간이시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데 이어 지드래곤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자 일각에서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가져온 결과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나 경찰 측은 “마약범죄 수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뿐 아니라 관련자 진술, 포렌식 자료 등을 종합해서 판단한다”며 “무리한 수사로 단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판단”이라며 의혹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지난 1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진술을 통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맞지만, 수사 대상자가 타인의 범죄에 관해 진술을 하는데 그걸 확인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명백한 증거 확보 전에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는데 해당 내용이 언론에 알려져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법 절차에 따라 계속 수사할 예정이며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혐의가 내사 단계에서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경찰과 지드래곤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지드래곤의 소변을 채취해 간이 시약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하기 위해 모발과 다른 체모를 채취하려고 했는데, 머리카락을 제외한 다른 체모는 제거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해당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지드래곤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모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지드래곤은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지드래곤 변호인 측은 “마치 지드래곤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수본 관계자는 “경찰이 그런 의도를 갖고 (언론에 말한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다”며 “권씨가 진술 과정에서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6일에 경찰에 자진출석한 지드래곤은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보는지 묻는 취재진에 “(경찰 수사가)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좋은 쪽으로 무리해주셨으면 좋겠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더 이상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4시간 조사 내용에 대해선 “웃다가 끝났다”고 농담까지 건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13일 지드래곤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앨범 활동 후로 거의 1년 반 이상을 모발을 탈색이나 염색을 전혀 한 적이 없다”고 재차 부인하며 “뭔가 본질적인 사건의 중요한 맥락에서 계속해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한 느낌으로 받고 있다. 왜 다른 의혹들이나 오해가 계속 커져가는지 모르겠는데 중요한 건 마약을 했냐 안 했냐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에 대해서는 입증하고 있는 상태이고 입증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지지부진한 수사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드래곤은 간이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국과수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드래곤의 정밀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면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여론이 뒤집히기 시작한 상황에서 음성이라는 결과가 확인된다면 경찰의 무리한 수사였다는 의구심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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