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준 금리 인하 속도·폭 연준 입장과 달라

장기금리 전망치도 시장과 연준이 1.5%p 격차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통화정책의 메인 당국자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두 지점에서 확연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진단했다.

하나는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빠르게, 큰 폭으로 내릴 것이냐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연준이 장기금리를 스스로의 예상처럼 계속 낮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에 맞지 않게 이 두 가지 점에서 연준의 반대편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시장에는 내년에 빠르게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고금리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보다 훨씬 많다. 6주 전만 해도 내년에 금리를 동결하고 금리를 내리더라도 많아야 두 번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봤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지난 9월에도 내년에 금리인하가 한 번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지금은 5번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 선물가격에 반영돼 있다.

일부 극단적 투자자들은 당장 다음 달에 금리인하를 예측하기도 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자료에 따르면 금리선물은 1월에 금리가 인하될 확률을 14%로 보고 있다.

불과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올해 12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40%나 된다고 전망한 것을 감안하면 두 달도 안 된 기간에 엄청나게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연준의 빠른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이유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졌고 고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에서 스트레스 징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전에 그 가능성을 일축했던 연준 관리들이 이제는 이 문제를 기꺼이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베팅이 틀렸을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증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매우 빠르게 예측 방향을 바꿨다. 10월 이후 한 달 남짓 기간에 나온 지표는 지난 3년간의 극심한 경제 변동성은 말할 것도 없고 평상시에도 경제를 전망하는데 미미한 수준이다.

몇 달 전까지 인플레이션이 계속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다가 이제는 놀라울 정도로 확신한다.

시장과 연준이 견해차를 보이는 두 번째 지점은 첫 번째 지점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국채 금리가 최근 하락하긴 했지만 10년물 금리는 약 4.1%대로, 연준의 장기 금리 전망치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전망에서 장기 금리(중간값)를 2.5%로 예측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가 2%니까 이를 감안한 금리, 즉 실질 금리는 0.5%로 예측한 것이다.

지금 국채금리 수준을 보면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실질 금리가 2%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5년간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채권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이렇게 나온다.

국채 시장 투자자와 연준의 예측치 간 격차 중 일부는 정부가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대량 발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보상 차원의 추가금리를 주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금리 갭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나머지는 연준의 예측이 틀렸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 예측치를 더 허용하고 그러지 않으려면 장기금리 예측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