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98년 NYPD 첫 한인 여성 경관으로 임용
경정 승진 후 1년여만에 초고속 승진
"미래엔 한인 경찰청장도 나오길"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 뉴욕경찰(NYPD) 소속 한인 경찰관 300명 중에서 허정윤 총경 내정자는 기록제조기로 불린다.

1998년 NYPD의 한인 첫 여성 경관으로 임용된 그는 지난해에는 한인 최초로 경정으로 승진했고,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역시 한인 최초로 총경 계급을 달게 됐다.

1년여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허 내정자는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유리 천장을 깬 기분"이라며 "한인 경찰의 위상을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 출생으로 한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미국에 온 그는 자신이 NYPD에서 총경으로 승진한 것은 과학적인 인사 관리 시스템 때문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출신지나 성별 등에 대한 차별 없는 공정한 인사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20대 이후에 미국에 온 자신과 같은 이민자도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NYPD에서는 경감까지는 시험을 통해 진급할 수 있지만 경정 이상은 지명을 받아야 승진할 수 있다.

실력은 물론이고 조직 내에서 신망이 있어야 특정지역의 치안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총경' 계급을 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내정자는 "경찰 조직에 군대와 비슷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신참이나 부하직원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방적인 명령을 하는 간부들이 적지 않지만, 나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신참이 거리 순찰 근무를 할 경우에는 '며칠 전에 어떤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방향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일일이 설명해주고, 일방적인 명령 대신 대화와 설명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는 허 내정자에 대해 존경의 의미를 담아 '진정한 귀부인'(True Lady)이라는 애칭도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 내정자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는 "한인 경찰관 후배들을 위해 길을 닦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보다도 똑똑하고, 젊은 후배들이 위로 올라가서 미래에는 한인 NYPD 커미셔너도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6만 명 규모인 NYPD의 수장인 커미셔너는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뉴욕 경찰청장이다.

허 내정자는 한인 사회에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는 "뉴욕 총영사가 NYPD 커미셔너를 만날 때마다 '더 많은 한인 경찰 간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같은 관심과 노력이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