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우주 팽창 역사 오차 범위 0.5%로 정확하게 측정

"시간에 따라 암흑에너지 특성 변할 가능성 95% 이상"

(대전=연합뉴스) 정찬욱 기자 =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암흑에너지 분광 장비(DESI) 프로젝트 첫 성과로 사상 최대 규모의 3차원 우주 지도를 공개했다.

15일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진은 DESI로 지난 1년간 지구로부터 최대 110억년 전의 은하와 퀘이사(중심에 존재하는 거대질량 블랙홀에 의해 막대한 에너지를 전파 영역에서 발생시키는 천체)의 빛을 관측, 이로부터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했는지 측정했다.

연구진은 전체 우주의 팽창 역사를 오차 범위 0.5%로 측정했다.

지금부터 80억∼110억년 전 초기 우주의 역사를 1% 오차 이내로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처음이다.

천문연은 DESI의 지난 1년간 관측 데이터 규모는 지금껏 관측한 모든 3차원 분광 지도를 합한 것보다 크다고 밝혔다.

DESI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 정체를 밝히기 위해 분광기로 우주 3차원 지도를 만드는 대규모 국제 공동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1개 국가, 70개 기관 연구자 9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Kitt Peak)에 있는 5천개의 작은 광섬유 로봇들로 구성된 다채널분광기 장착 망원경으로 먼 은하에서 온 빛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관측해 암흑에너지를 연구한다.

지금까지의 데이터 분석 결과, 우주의 진화 양상은 현대 우주론의 표준 이론인 '람다 차가운 암흑물질 이론'(LCDM)으로 설명할 수 있다.

LCDM은 우주 상수에 해당하는 암흑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물질은 차가운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모형을 뜻한다.

연구진은 DESI 관측 자료, 플랑크 위성의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 자료, 제 Ia형 초신성 자료 등을 결합해 암흑에너지가 고정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95% 이상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번 DESI 데이터 분석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200명가량이 참여했다.

DESI 연구진은 총 300만개의 퀘이사와 3천700만개의 은하를 포함하는 우주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샤피엘루 알만 박사(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중력파우주연구단 연구원)는 "이번 관측 데이터로 우주 팽창 과정과 중력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검증하고 암흑에너지 본질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형목 중력파우주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DESI의 이번 결과는 초기 우주의 역사를 사상 최대 규모 3차원으로 가장 정확하게 분석한 것"이라며 "다만 측정 방법에 따라 허블 상수가 일치하지 않는 허블 갈등은 여전히 중력파 활용 등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jchu20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