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심장질환 위험을 나이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사춘기부터 폐경 이후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전반에서 살펴야 한다는 새로운 의료 지침이 발표됐다. 미국심장협회(AHA)를 비롯한 4개 주요 의료단체가 여성의 호르몬 변화와 임신 경험, 정신건강 등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하도록 권고하면서 여성 심장질환 예방의 접근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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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심장협회는 10월 26일 미국소아과학회(AAP),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모체태아의학회(SMFM)와 함께 여성의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공동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자료는 의학 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공개됐으며, 여성의 건강을 생애 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지침은 여성의 생애를 크게 네 단계로 나눈다. 첫 월경 전후의 사춘기 단계, 배란과 월경 주기가 정착되는 가임기, 폐경으로 이행하는 폐경 이행기, 폐경 이후 단계다. 각 시기에는 호르몬 환경과 신체 변화가 달라지기 때문에 심혈관 위험을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월경 주기와 출혈 양상은 단순한 산부인과적 정보가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로 제시됐다. 월경 불순과 과다 출혈, 철분 결핍, 다낭성 난소 증후군 등은 대사와 호르몬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일부는 심혈관 위험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의료진은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경우 혈압과 혈당, 체중 등 다른 위험 요인도 함께 살펴볼 것을 권고했다.
임신과 출산 경험 역시 장기적인 심장 건강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로 포함됐다. 임신중 고혈압 질환이나 임신성 당뇨,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의 경험은 이후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출산 이후 산부인과 진료가 끝났다고 해서 관련 위험 관리가 중단돼서는 안 되며, 일차 진료와 심혈관 관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폐경 전후에는 심혈관 위험 요인을 더욱 세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폐경의 평균 연령은 약 50세지만, 폐경 이행 시기와 증상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지침은 40세 무렵부터 폐경 관련 증상과 심혈관 위험을 함께 살펴보고, 호르몬 치료 여부도 개인의 병력과 혈전 위험, 치료 목적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제안했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미국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매년 40만 명이 넘는 여성의 생명을 앗아간다. 그러나 여성 가운데 심혈관질환을 자신의 가장 큰 건강 위협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약 41%에 그친다. 여성의 증상이 남성과 다르게 나타나거나 위험 요인이 충분히 평가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의료계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번 지침은 여성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생애주기별 위험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성의 심장 건강을 월경과 임신, 폐경 등 특정 시기의 문제로 따로 다루기보다 평생 이어지는 건강 관리의 일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권고가 실제 의료 현장에 정착하려면 산부인과와 심장내과, 일차 진료기관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기검진 과정에서 월경과 임신 이력, 폐경 증상 등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고, 위험 신호가 발견되면 적절한 진료로 연결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여성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이번 공동 지침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