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이민법 변호사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지 만 10년이 넘었다. 로스쿨에 들어갈 때 처음부터 이민법 변호사가 되려고 작정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학생비자 신분을 유지하며 공부해야 하는 유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의 삶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민법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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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재학 중이던 2000년 12월 LIFE ACT 에 의해서 불체자 구제책으로써 245(i) 조항이 임시로 부활됐는데, 그 때 245(i) 조항의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무료 법률 서비스 행사에 자원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면서 합법적인 신분이 없이 미국에 체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었다. 물론 졸업후 이민법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그 때 내가 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미국은 1986년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 불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시행한 적이 있다. 사면을 통해 약 300만명의 불체자들이 합법적 신분을 취득했다. 그 이후 94년 클린턴 대통령 때 처음 245(i) 라는 법조항을 임시로 만들어 졌다. 밀입국 자나 체류기한을 넘겨 불법체류중인 사람들이 1000달러의 벌금을 내면, 기존의 가족이민이나 취업이민 경로를 통해서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약 4년 간 존재하다 98년 4월에 폐지 됐다. 그러다가 2000년 12월에 잠시 다시 부활됐다가 이듬해 4월 말 마감됐다.
이렇게 7-8년에 한차례씩 불체자 구체책이 나왔던 반면, 2001년 이후 10년이 넘도록 아무런 구제책이 나오지 않았으니 현재 미국내에 불체자의 수가 1100만명에 이른다는 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몇 년에 한번씩 특별법을 만들어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할 만큼 계속해서 불법체류자들이 생겨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현재 미국 이민법이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과 공급에 맞는 비자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자녀교육 등 목적으로 미국으로 온다. 도착하면 어떻게 해서든 생활을 꾸려가기 마련이다. 이들이 어딘가에서 일을 해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곧 이들을 필요로 하는 노동시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민법이 고용주나 피고용자 모두에게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면 합법적인 신분을 취득하고 세금을 내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민법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맞는 비자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포괄적인 이민법 개혁을 통해서,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이민법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별법을 만들어 1100만명에 이르는 불체자들에게 한꺼번에 합법 신분을 부여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불체자들이 생겨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체자 구제를 포함한 포괄적 이민법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반이민주의자들은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다고 생각하며 이민 개혁에 반대하고 국경의 담을 높이 쌓을 것을 주장한다. 이 같은 생각이나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자리를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국경의 담을 높이 쌓아 이민자를 막거나 이미 정착한 사람들을 불체자라는 이유로 내 쫓으려고 할 게 아니라, 그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일하고 살 수 있는 법 시스템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미국으로 들여 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 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미국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본다.
최선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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