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확진자 수 세계 3, 4위는 안 되고, 2위는 괜찮다?
남미 최대 축구대회 코파 아메리카가 개막 직전 개최지를 브라질로 바꾸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회 개최를 위해 방역을 무시하고 정치 논리에 편승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5월31일(한국시각) 2021 코파 아메리카 개최지를 브라질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개막(13일)을 약 2주 남긴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번 대회는 애초 지난해 6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1년 연기됐다.
연맹이 이처럼 급박하게 개최지를 바꾼 것은 공동 개최국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 대회를 치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지난달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발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수십명이 사망했고,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역시, 최근 하루 확진자가 역대 최대인 4만명 이상 발생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문제는 브라질의 코로나 위기가 두 나라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브라질은 1일 오후 2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수만 놓고 보면 인도(15만명)에 이어 세계 2위다. 아르헨티나(2만8천명)와 콜롬비아(2만3천명)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신규 확진자 3, 4위 국가에서 2위 국가로 개최지로 바꾼 것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는 브라질의 혼란한 정치 상황이 꼽힌다. 코로나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여론의 관심을 축구로 돌리기 위해 무리하게 대회를 유치했고, 대회 개최를 고집해온 연맹이 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남미축구연맹은 개최지 변경을 발표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축구협회에 고마움을 표했는데, 대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소를 제공한 브라질에 감사의 의미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극우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간 코로나19에 대해 “단순한 인플루엔자”라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등 각종 방역수칙을 무시했고, 통행제한 등 정부 차원의 방역조치에 반대했다. 브라질은 현재 코로나 누적 감염자가 1600만명을 넘겼고, 누적 사망자는 46만명을 넘고 있다. 이에 브라질에서는 최근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의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여론이 49%(반대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