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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 새벽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의 자유당 선거 본부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 새벽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의 자유당 선거 본부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

마크 카니 현 캐나다 총리가 속한 자유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위협론 속에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했다. 카니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미국의 배신에 대한 교훈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니 총리는 선거 하루 뒤인 29일이 되자 승리 연설을 통해 미국에 대한 캐나다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원주민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나와 함께 캐나다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어 “몇달 동안 경고해왔듯이 미국은 우리의 땅, 자원, 물을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무너뜨려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두 주권국가의 미래 경제와 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캐나다를 위한 최선의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반격할 것”이라며 “위대한 캐나다의 독립적인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오랜 우호적 관계가 끝난 점을 다시 강조하며 “우리는 미국의 배신이라는 충격에서는 벗어났지만, 결코 이 교훈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아침 8시 기준 343석 중 자유당은 168석(득표율 43.5%), 보수당 144석(41.4%), 퀘벡주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퀘벡블록당 23석(6.4%), 신민주당 7석(6.3%), 녹색당 1석(1.2%)을 차지했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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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보수당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고 정부와 협력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과 캐나다 합병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푸알리에브르 후보는 온타리오 칼턴에서 자유당 후보에게 4%포인트 차이로 패배해 의원직을 잃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 탓에 자유당이 대역전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올해 1월7일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힐 당시 집권당인 자유당 지지율은 16%에 불과했다. 자유당 정책 실패를 공격해오던 푸알리에브르 보수당 대표의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2기 집권이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거듭하면서 집권당에 유리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9일 한시적 총리가 된 카니 총리는 연일 대미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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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트뤼도 전 총리 시절(2015년 11월~2025년 3월) 이민·기후 등 진보적 정책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안티 엘러먼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이민연구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자유당 몰락에 일부 책임이 있는 이민 문제가 선거 쟁점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애버커스 데이터’가 2천명의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서, 유권자들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10가지 이슈 중 ‘기후변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심지어 유엔 기후변화 재정특사로 활동한 카니 총리도 기후변화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