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일, 지드래곤이 8년 만에 호주 시드니 Qudos Bank Arena에 돌아왔다.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Übermensch》를 기념하는 월드투어의 첫 호주 공연은 음악과 철학, 최첨단 기술과 팬과의 교감이 어우러진 복합예술 무대였다. 수천 개의 응원봉이 빛을 발하며 관객의 기대를 반영했고, 'Heartbreaker', 'Crayon', 'Crooked' 등히트곡과 함께 신곡 'TOO BAD', 'DRAMA'가 연이어 무대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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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Übermensch》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초인' 개념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으로, 인간 존재의 한계 극복과 자기 정체성 확립을 음악과 시각예술로 풀어냈다. 무대는 자동 회전 및 상승하는 모듈형 구조와 거대한 LED 스크린, 인공지능 기반 영상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철학적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특히 디지털 아바타가 현실 지드래곤과 충돌하고 융합하는 영상 연출은 현대인의 정체성 혼란과 기술 문명 속 인간 존재의 불안을 시각화했다. 'Untitled, 2014'에서 조명이 모두 꺼지고 피아노 반주에 맞춘 고요한 고백은 화려함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진심을 드러내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러나 이처럼 복합적이고 야심찬 공연에도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우선, 철학적 메시지를 담기 위한 영상과 무대 장치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때로는 산만하게 느껴져, 음악과 가사의 본질이 묻히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DRAMA'와 'TOO BAD' 같은 신곡에서는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가 시도되었으나, 다채로운 영상 효과와 무대 변화가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메시지의 명확한 전달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디지털 아바타와 인공지능 영상 등 최신 기술의 도입은 흥미로웠지만, 일부 팬들과 평론가들은 이러한 기술적 장치들이 인간적 감성보다 시각적 '스펙터클'에 더 집중된 듯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과도한 기술 활용이 때로는 '기계적'이고 '차가운' 인상을 남겨, 정서적 몰입도를 저해했다는 것이다.
공연 내내 지드래곤은 팬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려 노력했지만, 거대한 무대 공간과 복잡한 무대 구성이 오히려일부 팬과의 직접적 소통을 제한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팬들이 '공동 창작자'로서 초대받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무대가 넓고 다양한 연출이 많아 실제로 모든 관객이 그 의미를 온전히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 공연은 '초인'을 주제로 한 철학적 예술 실험으로서의 가치는 분명하지만, 지나친 복잡성 탓에 때때로 음악적 본질과 진심이 희석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는 지드래곤이 전하고자 하는 '인간 그 자체'의 초월과 자기정체성 메시지가 현대 복합 매체 환경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숙제를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titled, 2014' 무대에서 보인 진정성은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기술과 영상미가 사라진 순간, 오롯이 인간 지드래곤의 목소리와 내면이 전해졌고, 이 클라이맥스가 공연 전체의 메시지를 관통하며 극적인 대비를 이루었다.
이번 시드니 공연은 지드래곤이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시대와 문화를 통찰하는 복합 예술가로서 도약하려는 시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멜버른, 타이베이, 자카르타, 방콕,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잇는 월드투어는 각 지역관객과 소통하며 그 메시지를 더욱 다층적으로 펼쳐나갈 전망이다.
결국 《Übermensch》 투어는 음악과 철학, 기술과 인간성이 맞닿는 경계에서 빚어낸 '대담한 실험'이다. 완벽에 가까운 무대 연출과 팬과의 교감 사이에 놓인 미묘한 긴장은 이 시대 복합 예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드래곤은 묻는다. "당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초월하려 하는가?" 그 질문은 관객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울려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