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 개혁과 관련한 행정조치를 11월 중간선거 이후 취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바닥을 치면서 올해 중간선거에서 상원까지 공화당에 내줄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절실한' 연기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6일 기자들과의 전화 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 시스템 개혁과 관련한 행정명령을 11월 4일 치러지는 중간선거 이후에 발동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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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리는 그러나 여름이 끝나기 전에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모종의 행동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올해를 넘기지 않고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공화당이 이 사안을 극단적으로 정치쟁점화하는 상황에서 선거 전에 행정 조치를 발표하는 게 포괄적인 이민개혁 정책 자체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민개혁 관련 행정명령에는 1천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추방을 유예하는 방안과 이들 가운데 자격을 갖춘 일부에게 합법적인 영주권(그린카드)을 주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이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포괄적 이민개혁법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으로 넘어갔으나 국경 경비 강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반발로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중간선거에서 총 100석 가운데 55석으로 과반인 상원 의석의 상당수를 공화당에 넘겨줌으로써 상·하원에서 모두 소수당으로 전락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반(反) 오바마' 정서가 커진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알래스카 등 경합 지역의 상원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 관련 행정명령을 내릴 경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따라서 이번 행정조치 연기 결정은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지켜야 한다는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절박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민개혁 옹호 및 불법 체류자 지원 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워싱턴DC 소재 '미국의 목소리'의 프랭크 섀리 사무국장은 "대통령의 결정에 적잖이 실망했고 상원 민주당에도 실망했다"며 "개혁 약속은 우리가 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 것이고, 그걸 믿은 게 우리 잘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