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위헌으로 판단하며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른 기존 출생 시민권 원칙을 유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판결이 잘못된 헌법 해석을 반복한 것이라며 의회를 통한 입법으로 제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연방대법원은 6월 30일(현지시간) 6대3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1898년 '웡 김 아크(Wong Kim Ark)' 판례를 다시 확인하며 "지난 128년 동안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사법권에 속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시민권이 보장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는 에이미 코니 배럿, 브렛 캐버노 대법관과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다수 의견에 합류했고,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닐 고서치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이민 공약 가운데 하나에 대한 중대한 법적 패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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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즉각 반발했다.
그는 "출생 시민권을 유지한 것은 미국에 결코 좋은 결정이 아니다"라며 "헌법 개정이 아니라 의회의 입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회는 즉시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를 위한 법안 마련에 착수해야 하며, 나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출생 시민권 논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수정헌법 제14조의 '미국의 관할권(subject to the jurisdiction thereof)'이라는 표현이 지난 100여 년 동안 지나치게 확대 해석돼 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불법체류자나 단기 체류 외국인의 자녀까지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현재의 제도는 수정헌법이 제정될 당시의 입법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수정헌법 제14조가 남북전쟁 이후 해방 노예들의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며, 오늘날의 불법 이민이나 원정출산까지 보호 대상으로 상정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토머스, 얼리토, 고서치 대법관은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판결로 행정명령은 최종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후퇴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판결 직후 연방 검사들에게 이른바 '원정출산(Birth Tourism)'에 대한 수사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비자 사기나 허위 입국을 통해 미국에서 출산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비자 사기, 자금세탁, 신원도용 등 다양한 연방법을 적극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출생 시민권은 유지되더라도 제도의 악용은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연구진은 해당 행정명령이 시행됐다면 매년 미국에서 태어나는 25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해 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가운데 처음으로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은 사안으로 기록됐다.
이번 판결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사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물론, 유학생(F-1), 취업비자(H-1B), 주재원(L-1), 투자비자(E-2) 등 합법적인 비이민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하는 한인들의 미국 출생 자녀는 기존과 동일하게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다.
다만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한 입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출생 시민권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불법 이민과 원정출산 문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핵심 이민 이슈 가운데 하나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한인사회 역시 관련 입법 동향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